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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회사에서 일하는 기쁨

by 미파님 2021. 7. 31.

회사 근처 내가 좋아하는 산책로

 

회사에서 일하는 기쁨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티스토리 블로그에 반하는 제목이지만 오랜만에 느낀 이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아서 포스팅을 써본다. 나는 회사만 가면 대부분의 날들이 답답하고 재미없고 조기 은퇴를 매일 다짐하지만 오늘 잠깐 회사에서 일하는 기쁨을 느껴버렸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본 이 기쁜 감정은 능동적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받은 기분이라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디자이너로 근무한 지 올해로 8년 차. 재작년 말에 이직한 이 회사에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회사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남이 하던 일을 마무리하거나 팀장이 시키는 일을 베리에이션 치는 일만 했었다.(막일 일을 할 때는 '작업한다'기 보다는 '쳐낸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갑자기 예상 못한 급한 업무가 생겼고 급하게 팀 내에서 여러 시안을 냈는데 내가 진행한 시안이 채택돼서 진행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작업한 디자인은 팀장이 직접 수정하거나 다른 팀원이 다시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디자인을 못하는 사람 =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우울했었다. 결국엔 회사에서 '필요 없는 사람'이 돼버리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다. 속으로는 남에게 평가받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버티고 있었지만 그래도 우울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 내가 한 시안으로 선택됐다는 리더 말을 전달 들었을 때 짜릿한 기분이란... 갑자기 얼굴이 약간 화끈거리고 마음속으로 내적 기쁨을 누리며 겉으로는 침착하게 받아들였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정에 갑자기 내려온 업무라서 취소될 수도 있지만 이 작은 성공의 기분이 너무 뿌듯하고 좋다. 

 

이번 일을 통해 더 확실히 느꼈다. 나는 회사 업무가 싫다기보다는 계속 칭찬받고, 남에게 인정받는 일을 하고 싶다. 회사에서는 그런 기회가 자주 없어서 내가 더 회사 다니기 싫었던 거 같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누군가 나한테 잘하고 있다, 네가 존경스럽다 등 칭찬을 계속 듣는다면 회사도 다닐만할 것 같다. 

 

잠깐 회사에서 인정받았다는 기쁨에 사로잡혔지만 다시 정신 차리고 재테크 공부, 부동산 공부는 꾸준히 해서 꼭 무사히 회사 탈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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