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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독서

[독서]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정재은

by 미파님 2021. 4. 5.

 

 

요새 읽는 책이 많아서 이 책도 읽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공감하며 읽은 책인 것 같다. 읽으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 다시 미니멀 라이프, 간결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책이다. '집을 통해서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났다'는 작가님의 책 내용은 흥미로웠다. 단독 주택 집을 매매하고 리모델링하면서 겪은 경험담 + 작가님의 인생과 어우러져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도 결혼하고 나서 집이 생기면서 집을 리모델링하고 수리하면서 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에게 집은 그냥 잠자는 곳이었다. 꾸미고 싶지만 너무 좁고 낡아서 포기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 명의로 된 집이 생기고, 남편과 함께 가구도 고르고 집을 채워가면서 정말 우리의 취향을 최대한 많이 반영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 고생스럽긴 했지만 지금의 결과물만 보면 뿌듯하다. 

 

'사는 곳이 곧 나'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이 되고 싶다, 혹은 무엇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나라는 자각. 고치고 가꾼 지금의 집은, 지금의 나다. 이것이 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이자 다짐이며, 오늘의 마음이다. 
집을 통해 나를 알게 되고, 내 삶이 담긴 집을 누리며 '지금 여기'를 온전히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또 필요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집을 매매할때 확인하는 권리증에서 조차 이사 갈 집에서 사람들이 살아온 역사를 생각해보는 이야기도 재밌었다. 나는 권리증을 보면서 이 사람은 이렇게 저렴하게 집을 샀네? 부럽다 정도였는데 작가님은 권리증에 적힌 나이, 성별 등으로 이런 삶을 살지 않았을까 유추해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어떤 일을 하든 마음을 다해 진심을 다하면 그 것에 대한 글에선 진심이 묻어 나오기 마련이다. 작가님이 집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본인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을 담담히 적은 내용들도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집을 꾸미다 보면 참고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보게 되는데 그러면 나도 저런 식으로 살고 싶다 하는 욕심이 들기 마련이다. 오늘의집 어플이나 네이버 리빙 코너보다 보면 왠지 이런 소품을 사고,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적절한'것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알맞게만 있으면 된다.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불편하지 않은 정도가 알맞음의 기준이지 않을까. 물건이든, 공간이든, 관계든, 일이든, 전부 말이다. 불편하지 않음에도 부족하다 느끼는 건 마음이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 101p -

 

지금 사는 집에 이사와서 좋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 나는 집을 투자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작가님처럼 집을 통해서 자아를 발견하고 좀 더 나 다운 사람이 되는 그런 편안한 방식의 나를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 있는 좋은 글귀로 이 서평을 마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집에 살고부터, 정말 나는 조금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 자신의 삶을 오롯이 끌어 안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느긋함 같은 것이 생긴 듯하다. 어느새 삶은 단단해졌고, 포기는 쉬워졌으며, 수긍은 빨라졌다. 내 노력 밖의 일에 너무 애쓰지 않고, 웬만해선 나를 잃지 않으며, 그렇다고 내 안으로만 파고드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마음을 쓸 줄도 알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저 나이를 먹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고, 수많은 오늘에서 하나씩 버리고 하나씩 깨달으며 나 자신을,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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