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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말의 품격 - 회사 생활 잔혹기

by 미파님 2022. 2. 26.
Sora Shimazaki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최악이군요."

팀장이 툭 던진 한마디.
피드백을 받기 위해 작업한 내용을 공유했는데
한참 뒤에 저렇게 답이 왔다.

아니, 주어가 어떤 건지 설명을 해줘야 하지 않나?
당황스러웠지만 잠깐의 시간을 갖고 다시 물어봤다.

"어떤 부분 말씀이실까요?"

"이 영역이 좁아서 ㅎㅎㅎ"

" 음 그럼 이 부분을 간격을 높여볼까요?"

" 더 없을건데ㅡ.ㅡ"
(아... 어쩌라는 건지..)

그 뒤로 이어지는 말들도 가관이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했고,

팀장이면서 말을 그렇게 밖에 못 하는
불쌍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면서
피드백에 대한 수정을 진행했다.

아- 근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팀장의 말투가 생각나면서
인간적으로 괘씸해지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은 일로만 대하고 싶은데
마치 시비 걸듯이 툭툭 내뱉는 말들이
너무 유치하게 느껴졌다.



+
팀장과의 대화에서 말의 품격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위가 높다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품격이 저절로 높아지는 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격'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으면
팀장처럼 말투에서 '격'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격은 그 사람의 인품을 낮춘다.
문제는 본인은 신경도 안 쓰고 잘 모른다는 거다.

이렇게 가끔 상사로부터 막말을 들을 때면
속으로 항상 생각하는 게 있다.

본인들이 나한테 했던 말을
본인들의 자녀가 언젠가 성인이 돼서
똑같이 듣는다면 기분이 좋을까?



+
얼마 전 오디오북 어플인 윌라에서
'할 말은 합니다' 저자인 희렌 최님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부터 나를 지키는 말공부'
라는 주제로 오디오 클래스 하신 것을 들었다.

개소리에는 같이 짖으면서 대처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나 자신을 지키면서 우아하게 받아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신념에서 나오는 '아니오'는
저 다른 이를 기쁘게 하거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말하는
'예'보다 더 낫고 위대하다.

-마하트마 간디-



보통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오'라는 말을 하기를 굉장히 어려워한다.
하지만 예스맨으로 살다가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상처받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를 지키면서 하는 부정 표현.
그것은 물음표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무례한 말을 던졌을 때
그걸 질문으로 받아서 다시 던지면
질문이라는 의사소통이 가진 특징 때문에
대답에 대한 의무가 상대에게 넘어가게 된다.

대답에 따라서 상대는 정말 무례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말에 대한 의도가 드러나게 된다.


1. 진의 되묻기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주어'를 이야기 안 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서
맞춰달라는 듯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말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물어본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잘 안 돼서요.
다시 한번만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 뒤로 이어지는 말에 따라서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대처한다.


2. 백 트래킹(Back-tracking)

'방금 말씀하신 건 무슨 말일까요?'

사실 무례한 말을 들으면 당시에는
당황스러워서 진의를 되묻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그때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서 말하되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방법이다.

(위에 팀장과의 대화가 바로 그런 예다.)


3. 리프레이밍(Reframing)

A: 기 세다는 말 많이 들으시죠?
B: 기운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상대방의 무례한 말에 대꾸하기보다는
좋은 테두리 안에 넣어 해석한다.
이 방법도 똑똑한 해결책인 것 같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주변인들에게는
상대방의 무례함을 우아하게 폭로하고,
나는 좋은 프레임을 가져갈 수 있다.

ex) <기생충> 봉준호 감독 - 오스카 영화제를
지역 영화제로 프레이밍 한 대답.


4. 중의적인 대답하기

'그런가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할 말 없게 반응하며 대화 종료시키기.
이 방법은 짜증 나는 상사 앞에서
사회생활해야 할 때 쓰는 스킬이다.

본인의 열등감을 타인을 찍어내리면서
해소하는 사람들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 자체로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 대화법은 상대방이 재미없게 느끼는 게 포인트다.
어느 정도 나만의 선을 정하고,
선을 넘었을 때는 저런 대꾸를 통해
상황을 지혜롭게 넘어가는 것이 좋다.



+
이론으론 다 이해가 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기분도 나쁘고,
내가 정말 최악인 건가 자책하게 된다.

상대방은 나를 부정적으로 대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것만 인정하고,
나 자신만큼은 내 편이어야 한다.

팀장의 개 짖는 소리로
많은 생각이 있던 하루였는데
글로 정리해보니 좀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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